지난 수십 년간 인수받은 프로젝트에는 대체로 한 사람의 인격이 배어 있었습니다. 코드가 지저분해도 지저분한 나름의 일관성이 있었고, 파일 하나를 한참 들여다보면 "아, 이 개발자는 이런 식으로 사고했구나" 하는 감이 옵니다. 그 감을 잡는 순간부터 인수 작업은 절반쯤 끝난 것이나 다름없는데, 나머지는 그 사고 방식의 관성 안에서 문제를 뜯어보는 일이거든요.요즘 넘겨받는 프로젝트는 결이 다릅니다.인격이 없는 코드며칠 전 인수 상담을 하나 받았습니다. 창업자 한 분이 반년 동안 개발자 둘을 갈아가며 만든 웹 서비스인데, 두 번째 개발자가 두 달 만에 잠수를 탔고 지금 리포지토리가 손 못 대는 상태라는 얘기였습니다. 코드를 열어보니 어떤 파일은 Pydantic v1 문법으로 되어 있고 바로 옆 파일은 v2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