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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게 만들었는데 왜 더 많이 쓰게 됐을까?" — AI 시대, 소프트웨어 외주의 숨겨진 비용

Tiboong 2026. 2. 6. 12:08

요즘 개발 외주 견적을 받아보면 놀라실 겁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수천만 원이 들던 프로젝트를, 절반도 안 되는 금액에 해주겠다는 개발자가 넘쳐납니다. AI 코딩 도구 덕분에 개발 속도가 빨라졌으니, 당연히 가격도 내려가야 하는 거 아닌가 싶으시죠.

맞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만 여쭤볼게요.

 

그렇게 만든 시스템, 1년 뒤에도 잘 돌아가고 있나요?


"빠르게 만들 수 있다"와 "제대로 만들 수 있다"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AI 코딩 도구의 발전은 놀랍습니다. 이른바 '바이브 코딩'이라 불리는 방식 — AI에게 원하는 기능을 설명하면 코드를 생성해주는 — 덕분에 화면을 만들고, 기능을 구현하는 속도는 확실히 빨라졌습니다.

문제는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코드를 작성하는 시간"은 전체 프로젝트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이런 것들이 필요합니다.

 

기획 단계에서 — 비즈니스 요구사항을 기술 설계로 바꾸는 판단력. "이 기능이 정말 필요한가?", "이 구조로 가면 6개월 뒤에 어떤 문제가 생기는가?"를 미리 아는 눈.

 

개발 단계에서 —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경우뿐 아니라, 사용자가 예상치 못한 행동을 했을 때, 데이터가 비정상적으로 들어왔을 때, 동시에 100명이 접속했을 때도 문제없이 돌아가게 만드는 설계.

 

운영 단계에서 — 장애가 터졌을 때 원인을 빠르게 찾고, 데이터 손실 없이 복구하고, 기존 시스템과의 연동에서 생기는 예외를 처리하는 경험.

 

AI는 이 중에서 "코드 작성"은 도와줍니다. 하지만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판단하는 것"과 "만든 후에 일어나는 일을 대비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경험에서 나옵니다.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

과장이 아닙니다. 아래는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목격하는 패턴입니다.

사례 1: "빠르게 만들었는데 느려서 못 쓰겠어요"

쇼핑몰을 저렴하게 외주 맡긴 A사. 오픈 직후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상품 데이터가 수만 건으로 늘어나자 검색 속도가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주문 조회 페이지는 10초 이상 걸리기 시작했고, 프로모션 기간에는 서버가 다운됐습니다.

원인은 데이터베이스 설계였습니다. AI가 생성한 코드는 기능적으로는 맞았지만, 대량 데이터를 고려한 인덱스 설계나 쿼리 최적화가 빠져 있었습니다. 결국 다른 개발자에게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사례 2: "연동이 안 돼서 수작업으로 하고 있어요"

기존 ERP 시스템과 새로 만든 웹 시스템을 연결해야 했던 B사. 외주 개발자는 API 연동을 구현했지만, ERP 쪽 데이터 형식이 불규칙한 경우를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날짜 형식이 다른 경우, 필수 값이 빠진 경우, 특수문자가 포함된 경우 — 현실의 데이터는 깔끔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직원들이 매일 수십 건의 데이터를 수작업으로 옮기는 상황이 수개월간 계속됐습니다. 절약한 개발비보다 인건비 손실이 더 커졌습니다.

사례 3: "개발자가 연락이 안 돼요"

저렴한 단가로 프로젝트를 맡긴 C사. 납품까지는 순조로웠습니다. 하지만 운영 중 버그가 발견됐을 때 개발자와 연락이 끊겼습니다. 해당 개발자는 이미 다른 프로젝트로 넘어간 상태였고, AI로 빠르게 만든 코드는 본인도 정확한 구조를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다른 개발자에게 유지보수를 맡기려 했지만, 코드 구조를 파악하는 데만 기존 개발비의 30%에 해당하는 비용이 들었습니다.


소프트웨어는 "만드는 비용"보다 "유지하는 비용"이 더 큽니다

건물을 지을 때를 생각해보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건축비를 아끼려고 기초 공사를 대충 하면, 당장은 건물이 잘 서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균열이 생기고, 누수가 발생하고, 결국 보수 비용이 건축비를 넘어서게 됩니다.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소프트웨어의 총 비용 중 초기 개발은 20~30%에 불과하고, 나머지 70~80%는 운영과 유지보수에서 발생한다.

초기 개발비를 1,000만 원 절약했더라도, 운영 과정에서 2,000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결과적으로 손해입니다. 그리고 이런 일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납니다.


그렇다면, 외주 개발 파트너를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요?

비싸면 무조건 좋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적정한 비용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대로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핵심입니다. 몇 가지 기준을 제안드립니다.

1. "비슷한 프로젝트를 해본 적 있는가?"를 물어보세요

기술 스택이나 경력 연수보다 중요한 건, 여러분의 업종과 비슷한 환경에서 실제로 프로젝트를 완료한 경험입니다. 호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면 호텔 업무 프로세스를 아는 사람이, 금융 시스템이라면 금융 데이터의 특성을 아는 사람이 훨씬 적은 시행착오로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2. "운영 중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되는가?"를 확인하세요

납품까지만 책임지는 건지, 운영 안정화 기간이 포함되어 있는지, 장애 발생 시 대응 프로세스는 있는지 — 이런 부분이 계약에 명시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지 못하는 개발자라면 재고하시는 게 좋습니다.

3. "왜 이 구조로 만드는가?"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세요

AI 도구를 활용하는 것 자체는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AI가 생성한 코드를 "왜 이렇게 했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다른 방법과 비교해서 "왜 이 방법이 더 나은지" 근거를 대지 못한다면, 그 프로젝트는 운에 맡기는 것과 같습니다.

4. 견적서에서 "설계"와 "테스트" 항목을 확인하세요

견적이 극단적으로 저렴한 경우, 대부분 설계 단계와 테스트 단계가 생략되어 있습니다. "바로 개발 들어갑니다"는 말이 매력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설계 없이 만든 시스템은 변경 요청이 생길 때마다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정리하면

AI 시대에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이 낮아지는 건 분명한 추세입니다. 하지만 "만드는 비용"이 낮아졌다고 해서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는 비용"까지 낮아진 건 아닙니다.

가장 비싼 소프트웨어는 두 번 만드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처음에 제대로 된 파트너를 선택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가장 경제적인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