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가 아닌 VAST, 장동선 박사, 그리고 Gemini

조용했던 10대,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던 20대, 속 빈 강정처럼 살던 30대를 지나 타의에 의한 겸손으로 모든 일에 전전긍긍하며 살던 40대를 지나고 나니 그 분은 새로운 숙제를 나에게 주셨다. 나랏님이 주신 혜택에 힘입어 아직 50이 되지는 못 했지만 50 즈음에 이르러서야 내가 누구인지를 고민하게 되었다고할까... 그간 나에게 일어났던 모든 사건과 변화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머리속을 부유하며 나를 괴롭히고 있던 차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전업 백수가 되어버렸으니 시간이 많이 남아돈다. 그래서 틈틈히 나를 공부하고 있다.

 

지난 번에 도파민과 세로토닌에 대한 글도 내 상태를 검증하기 위한 가설에서 나온 글 이었다.

2024.07.05 - [그냥 글을 써 봅니다] - 도파민과 세로토닌: 즐거움, 기분, 그리고 행복을 조율하는 두 호르몬의 이야기

도파민과 세로토닌: 즐거움, 기분, 그리고 행복을 조율하는 두 호르몬의 이야기

우울증이라는 상태의 특징은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의 분비가 잘 되지 않는 상태라고 하길래 도파민이 안나오면 세로토닌이 나오나? 라는 가설에서 궁금증이 시작됐다. '불안장애'라는 진단을 받은 적이 있고 '불안장애'는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이 재흡수 되면서 불안이 증폭되기 때문이라는 것도 의사에게서 들었다. 그래서 불안을 낮춰주기 위해 세로토닌 재흡수를 막아주는 약을 처방받았다. 약은 별로 효과가 없었지만 원인을 알고나니 대응할 수 있었다. 물론 평상시에. 갑자기 불안 정도가 올라가게 되면 자기 조절 능력을 상실하게 되기도 하므로 가능한한 불안 상태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왔다. 또 ADHD 환자의 뇌에서는 도파민이 부족하거나 도파민 수용체의 기능이 저하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성인 ADHD인가? 하는 가설을 세워봤다. 과몰입하고 산만하고 평상시 어지간한 일에는 에너지가 바닥인 성품은 일치하는데가 있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크게 일치하는 점을 찾기 어려웠다.  

 

알고리즘(?. 프로그래머로서 이 표현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의 덕분인지 장동선 박사의 유투브 채널에서 재밌는걸 찾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wtCVUedQh2Y&t=360s

 

나는 진짜 ADHD일까? 그런데 동영상 중에서 VAST라는 단어가 나왔다. 장동선 박사의 말로는 현대인들의 생활 습관으로 발생한 어떤 특성(?)이라고 말할 수 있단다. 내 친구 Gemini 에게 물었다.

 

varying attention stimulus trait

 

똑똑한 넘... 영어로 물으니 영어로 답한다. 그럴 땐 '한글로 바꿔줘'.

 

VAST(Variable Attention Stimulus Trait)에 대한 설명을 한글로 풀어서 알려드릴게요.

VAST란 무엇일까요?

VAST는 변동적 주의 자극 특성이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자극을 경험하고 처리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ADHD 전문가인 에드워드 할로웰과 존 레이티가 제시한 이 개념은 ADHD를 단순한 질병으로 보기보다는 개인의 특징으로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VAST의 주요 특징

• 변동적인 주의: 특정한 것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지만, 쉽게 다른 자극에 주의가 분산됩니다.
• 자극 추구: 지속적인 집중과 참여를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자극을 끊임없이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 초집중: 특정한 일이나 관심사에 몰입하여 다른 모든 것을 배제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 강한 감정: 감정을 깊고 강렬하게 경험합니다.

VAST와 ADHD의 차이점

VAST는 ADHD와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지만,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습니다.

• 강점에 초점: VAST는 ADHD의 단점보다는 개인의 독특한 능력과 강점에 초점을 맞춥니다.
• 탈의학화: ADHD라는 질병의 낙인 대신, VAST는 개인의 특성으로 재해석하여 부정적인 인식을 완화하려 합니다.
• 긍정적인 관점: VAST는 개인의 독특한 특성을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긍정적인 관점을 제시합니다.

VAST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

VAST를 이해하면 ADHD를 가진 사람들이 다음과 같은 이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자기 이해 증진: 자신의 뇌 작용 방식을 이해하여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 강점 개발: VAST가 지닌 창의성, 혁신, 문제 해결 능력 등의 강점을 개발하여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습니다.
• 자존감 향상: 자신의 특성을 단점이 아닌 강점으로 재해석하여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일 수 있습니다.

결론

VAST는 ADHD를 가진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개념입니다.

 

음... "ADHD라는 질병의 낙인 대신, VAST는 개인의 특성으로 재해석하여 부정적인 인식을 완화하려 합니다." 요건 마음에 들었다. 또 내용 중에 '강점에 초점을 맞춥니다.'라는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ADHD의 강점이 있나? 몇번의 구글링으로 얻은 정보에 의하면 ADHD는 산만한 만큼 관심사가 여러가지 있을 수 있으니 이를 습관화, 요즘 말로 Routine으로 바꾸면 단점이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많이 볼 수 있다. 즉, 과몰입 + 산만함을 습관의 힘으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말인거다. ADHD의 특징 중 하나가 Routine이 깨지는 것을 싫어한다는 말도 있다. 나도 거기에 속하는데 그래서 나는 Routine을 만들지 않고 방만하게 살았다. 왠만하면 약속을 잡지 않는다. 1주일간 집에서 해야할 루틴만으로도 벅차다. 그만큼 에너지가 바닥이라는 얘기겠지만. 그걸,

'도파민'이 안나오니 의욕도 없구나

 

로 해석하기로 했다. VAST의 강점을 다시 Gemini에게 물으니 이렇게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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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ST(변동적 주의 자극 특성)를 가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 높은 집중력: 특정한 일이나 관심사에 몰입하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 뛰어난 창의성: 다양한 자극에 민감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 문제 해결 능력: 복잡한 문제 상황에서도 독창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 빠른 학습 능력: 새로운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 적응력: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새로운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이러한 강점들은 VAST를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훌륭한 성과를 내는 데 기여합니다.

예를 들어,

• 예술 분야: 음악, 미술, 문학 등 창의적인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 과학 분야: 새로운 이론을 발견하거나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 사업 분야: 새로운 시장 기회를 발견하고 창의적인 사업 모델을 개발하는 데 탁월합니다.

VAST를 단순히 ADHD의 단점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독특한 강점으로 인정하고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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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이렇게 보면 VAST는 좋은 것만 있고 나쁜 건 없다. 그래서 내가 가장 어려워 하는 걸 물었다.

 

VAST를 가진 사람들의 인간관계는 어떤 특성을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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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ST를 가진 사람들의 인간관계는 그들의 독특한 성격 특성 때문에 다양한 양상을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측면:

• 깊은 유대감: 소수의 사람들과 깊고 진솔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선호하며, 한번 맺은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 열정적인 태도: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깊은 애정과 열정을 보여주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깁니다.
• 독창적인 관계 형성: 일반적인 관계 패턴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합니다.
• 유머 감각: 위트와 유머를 통해 사람들과의 거리를 좁히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측면:

• 충동적인 행동: 순간적인 감정에 따라 행동하여 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 불안정한 관계: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다른 자극에 쉽게 흥미를 잃어 관계가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 고립감: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고립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오해: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어 관계에 갈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VAST를 가진 사람들이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충동적인 의사소통: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충동적으로 표현하여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 집중력 부족: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자주 딴 생각을 하여 상대방에게 소홀하게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 감정 기복: 감정 기복이 심하여 상대방이 예측하기 어려워 관계가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VAST를 가진 사람들이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 자신의 특성 이해: VAST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합니다.
•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법 훈련: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명확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상대방의 입장을 경청하는 태도를 길러야 합니다.
• 충동적인 행동 조절: 충동적인 행동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 인내심과 배려심을 갖추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찾기: 자신을 이해하고 지지해 줄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VAST를 가진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자신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노력하면 건강하고 행복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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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것 보다는 깊이 만날 수 있는 관계를 좋아한다. 가능한한 실수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가능한한 즐겁게 농담을 던지며 지낼 수 있는 사이를 좋아한다. 대학생때는 학교 수업은 빠져도 성가대 연습엔 빠지지 않았다. 연습이 없는 날도 성가대 형들과 어울리기 좋아해서 학교가 끝나면 거의 바로 집에 오곤 했었다. 그런 특징은 나이가 들어서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인간 관계에 대한 특징들을 보고 있자니 내가 가진 특성과 많은 부분 일치하는 것 같아 오히려 안심이 됐다. 안심한 이유의 첫번째는 '아... 내가 그렇구나. VAST의 특징을 갖고 있구나.', 두번쨰는 '아...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이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이 있겠구나.'

 

충동적이거나 감정 기복이 심하다는 특징이 있다고 나와있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 항상 그렇지 않기 때문에 더 위험할 수는 있겠다. 갑자기 미친 놈 처럼 마구 욕을 해댄다거나 가만히 있다가 버럭 성질을 내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유없이 그러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간 하나씩 둘씩 참고 쌓아왔던 감정이 한꺼번에 폭발해 버리는 것 뿐이다. 내 입장에선 폭발해버린 것 뿐이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 있겠다. 터진 건 하나 때문인데 주변 사람들에게 까지 영향을 준다. 그래서 나는 인간 관계가 가장 어렵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명확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하는데 아무도 가르쳐준 사람은 없다. '난 이런게 불편해' 라고 말할 수 있게된 상대는 결혼하고 18년을 같이 산 '마님'밖에 없다. 

 

지금 그 웹페이지를 찾지는 못 하겠지만 성인 ADHD를 갖고 있는 사람 중에 책을 많이 읽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책을 한권 한권 읽는 것이 성취감을 주기 때문에 좋아한다고 그랬었나... 책장에 가지런히 정리된 책들을 보고 있자니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그간 머리 속에 파편 처럼 부유하던 표상을 잡아내려 '문장'으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그 첫번째 공부의 주제가 '나'다.

 

'내가 이런 증상을 갖고 있으니 나 좀 봐주세요'라고 해서 쓰는 건 아니다. 나도 나를 알아가면서 정리해 두고자 하는 것 뿐이다. 이게 '나'다. 이제 받아들이고 돌보아주어야 할 '나'에게 한발짝씩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나는 착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꼬동이 아빠 티붕일 뿐이다. 그 외에 특징 오백만가지의 서술은 생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