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몬스터즈'
프로야구를 소재로한 게임에나 등장할 만한 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장시원 단장은 아마도 이 팀의 구성에 여러가지를 고민했을 듯 하다. 시작은 심수창 선수의 제안으로 장시원 단장이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세밀한 기획과 구성은 정말 마빡을 탁! 칠만큼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첫 시즌에 이승엽을 감독으로 세운 것도 깜짝 놀랄 일이었지만 이승엽이 두산 감독으로 떠난 뒤에 '야신' 김성근이 감독 자리에 나타나는 등장 씬은 대한민국 3대 등장 씬에 들어간다고들 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역시나 '야신'이 온 뒤로 '야구 예능'은 '야구'만 남고 '예능'이 사라졌다. 그만큼의 성과도 있었다. 팀에 합류했던 아마추어 선수들이 프로에 진출했고 독립리그에서 활약하던 황영묵은 한화 이글스의 핵심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83세 노장의 '펑고'가 없었다면 가능한 일이었을까? 정근우는 본인의 유투브 채널에서 김성근 감독에게 자신이 '악마의 2루수'가 된 것은 감독의 '펑고'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선수들을 훈련시키고 프로구단으로 보내고 선수들의 연봉을 올려주는 것이 감독이 할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런 그의 리더십을 잘 알고 있는 선수들이기에 불평 불만을 토로하기 보다는 오히려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갖는다.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은 감히 입에 올리기도 어려운 일이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가장 신선했던 것이 '캡틴' 박용택의 리더십이었다. 사실 LG 팬이기보다는 LG의 안티에 가까웠기에 박용택, 정성훈에 대해서 잘 몰랐다. LG는 뭔가 서울 깍쟁이 같은 느낌이 강한 팀이었고 매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이었다. 결국 우승하긴 했지만... 그런 팀의 주장 박용택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최강야구'에서 보여주는 박용택의 리더십은 내 생각과는 달랐다. 하회탈 같은 그의 웃음이 그의 리더십을 대변해 주는 듯 했다. 그 웃음이 저렇게 푸근할 줄이야!!!
항상 웃음으로 팀원들을 대한다. 후배들의 놀림에도 항상 웃음으로 답한다. 본인이 웃음꺼리가 되는 것도 팀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감수한다. 최고참이고 캡틴이면 '정색'할 만한 상황에서도 절대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훈련 때도 열심히, 본인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팀에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고민하고 노력한다. 그가 왜 '캡틴'이라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
거의 모든 팀원들이 프로 경력이 있고 단체 생활을 오래하긴 했지만 사람이 여럿이 모이면 문제가 안 생길 수 없을텐데 이 팀엔 딱히 큰 문제가 없어보인다. 서로 케미가 맞지 않아서 투닥거릴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그 답을 이번 '사직구장'에서의 경기에서 본 것 같았다.
'에이스' 이대은이 2사 만루에서 외야에 큼직한 안타를 맞아 역전을 당했다. 마음 먹은대로 공이 안들어가니 본인은 얼마나 속이 탔을까. 누가봐도 외야수가 잡을 수 없는 공이었다. 누구를 탓할 일도 아닌 것이다. 어찌저찌 이닝을 끝내고 들어온 이대은은 속상한 마음에 투정을 부린다. 앞에 있는 정의윤에게
'형~! 그정도는 잡아줄 수 있는거 아냐?' 라며 귀엽게 투덜대는 후배에게 정의윤은
'미안해'
라고 답하고, 고개 숙이며 씨익~웃는 후배에게 '다음엔 꼭 잡아줄께' 라고 했다. 이 장면이 꼭 잠자리를 잡으려다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잠자리도 못 잡고 무릎이 까져버려 우는 동생을 토닥여주면서 '형이 다음엔 꼭 잡아줄께'라고 말하는 모습같아서 눈물이 찔끔 날 뻔 했다. 아... 어떻게 이 팀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형에게 위로를 받은 이대은은 싱글벙글이다. 아마도 다음 이닝에 마운드에 올라가면 더 차분하게 원하는 대로 공을 꼿아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왠지 까칠하게 '니가 잡아봐!'라고 할 것 같은 정의윤은 정말 못 잡은게 미안한 것 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 끝에 '그리고'를 붙였다. 감독이 보여주는 진정한 스승의 리더십, 팀원들을 넓게 안아주고 스스로 모범이 되는 '캡틴'의 리더십 그리고 팀원들의 '그것들'. '그것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아직도 적당한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다. 리더십을 받쳐주는 것도 따라주는 것도 아닌 서로에게 주는 '감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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