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글을 써 봅니다

티몬, 위메프 사태를 바라보며...

Tiboong 2024. 7. 2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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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바가 아니기에 오늘을 기억하기 위해서 몇자 적는다.

 

1997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SI 업체에 취직을 했다. 그 시절엔 스마트폰도 없었고 응답하라 1994에 나오는 시티폰이 저물고 PCS 같은 휴대폰이 보편화 되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인터넷이 있긴 하지만 사람들 모두 옷을 한벌 사려면 문정동 같이 로드샵이 많은 동네나 백화점, 동대문으로 직접 가야만 했다. 그러다 온라인 쇼핑몰이 등장했다. 뭔가 문장을 이어가려다 여기서 끊은 이유는 티켓링크 때문이다.

 

내 기억으로는 사람들이 영화를 보려면 대부분 종로로 갔었다. 단성사, 피키디리 그리고 서울극장. 서울극장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생긴 멀티 플렉스 극장이었고 한 건물에 무려 3편의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지만 그때는 영화 예매도 직접 극장에 가서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연극이나 뮤지컬, 전시회 같은 것들은 정말 좋아하는 사람 아니고는 찾아 보기도 쉽지 않았다. 그걸 널리 퍼뜨린 온라인 서비스가 티켓링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로 연극, 뮤지컬 등을 온라인으로 예매해주고 예매한 번호를 들고 공연장에 가면 티켓으로 바꿔주는 서비스다. 지금도 있다. 이런 시기에 SNS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Social Network Service.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서비스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자 그 이전에 '공동구매'라는 이름으로 퍼져있던 쇼핑 방식을 '소셜 커머스'라는 이름으로 포장했던 서비스 중 하나가 '티켓 몬스터'다. 이름에 티켓이 들어간 걸로 유추할 수 있겠자만 처음엔 여러사람이 티켓을 구매할 수록 공연 티켓 가격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공동구매' 쇼핑몰이었다. 그 서비스에 음식점 세트메뉴, 레스토랑 식사권등이 추가되기 시작하더니 배송 가능한 상품들도 생겼고 급기야 오픈마켓으로 발전해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이름을 '티몬'으로 바꿨다.

티켓 몬스터 -> 티몬

'위메프'의 풀 네임은 '위 메이크 프라이스(We make price)'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소셜 커머스'로 시작한 오픈 마켓이다. 이 회사의 히스토리는 생략하겠다. 

 

두 회사의 창립자 모두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는데, 한 분은 거대 정치인과의 관계 때문에, 한 분은 '야구선수'가 꿈이셔서 독립구단(고양 원더스, 당시 초대 감독이 김성근이었다.)을 만들어 퓨처스리그에 편입시키려다 실패하고 본인이 직접 야구선수가 되어 '너클볼러'로 미국 마이너리그에 진출하셨기 때문이었다.

https://biz.heraldcorp.com/view.php?ud=20240725050286

 

[단독] ‘문어발식 인수’ 큐텐 지분구조 알고 보니…‘허민’ 전 고양원더스 구단주도 주요주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일으킨 티몬·위메프의 모기업 큐텐의 주요 주주에 허민 대표의 원더홀딩스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더홀딩스는 위메프의 지분 80% 이상을 보유했던 최대주주로, 허

biz.heraldcorp.com

 

https://www.topdaily.kr/articles/91024

 

탄생 6년만에 유니콘 등극

잇단 최대주주 변경에도 기업가치 1조 넘겨…국내 벤처생태계 곳곳에 영향

www.topdaily.kr

 

히스토리를 여기까지 짚어봤지만... 사실 윗 글에서도 드러나다시피 나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공동구매'를 '소셜 커머스'라고 포장한 것도 그다지 신박하지도 않았지만 그것도 모자라 '오픈 마켓'으로 발전(?)이 아닌 전락해 버림으로써 더욱 큰 실망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사업을 시작해서 어느 정도 가능성이 보이면 투자를 받게 된다. 눈을 뭉쳐 굴려보면 점점 더 크게 점점 더 크게라는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겠다. 그 눈덩이가 어느 정도 크기를 넘어가버리게 되면 원래 사업을 시작할 때의 아이덴티티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자본가들의 이익을 뽑아줘야하는 의무만이 남게되버리는게 우리나라 비즈니스의 통상적 경로다. 각각의 쇼핑몰들의 몸집 부풀리기에 한계가 오면 합치기 시작한다. 그게 Q10이다. 그렇게 매출 규모를 부풀려 주식시장에 상장해서 더더더 거대해지고자 했던 것일까?

 

티몬, 위메프 뿐만 아니라 11번가, 지마켓 등등 늘어나버린 오픈마켓들에 나도 계정이 하나씩 있었으며 판매자들도 각 오픈마켓마다 계정이 하나씩 있더라. 내가 사고자 하는 물품을 검색하면 최저가 물품이 주루륵 나열되고 사기판매가 의심되는 최저가를 제외하고 적당한 가격 선에서 비교해 구매한다. 경영,경제 전문가들이야 뭐라할지 모르지만

똑같은 고객, 똑같은 판매자들이, 똑같은 상품을 여러군데서 파는 것 뿐
이므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같은 고객, 같은 판매자, 같은 상품을 가진 마켓을 사들인들 규모가 늘어나겠나... 티몬, 위메프가 해외로 진출해 시장을 넓힐 수 있는 상황이었을까?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50866.html

 

“5천만원 밀린 티몬 정산, 은행은 빚독촉”…자영업자 줄도산 위기

“빚내서 시작한 청년 창업이었는데 몇 개월 치 매출이 안 들어오면 정말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어요.”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지급 사태로 2000만∼3000만원에 달하는 수개월 치 판매대금을

www.hani.co.kr

개인적으로는 타이밍이 너무나 드라마틱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 시국을 지나 이제 불안감을 좀 덜어내고 모두가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시기에 한꺼번에 두개의 쇼핑몰에 큰 사건이 벌어지고 거기에 딸린 자영업자들이 사업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이슈와 정치적 이슈를 나눠 생각하기 어려운게 자연스럽지 않을까...? 과연 사업 확장에 따른 피로누적으로 인한 예견된 사고인가... 다른 이슈를 덮기위한 기획된 사고인가...

이래저래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눈치껏 잘 피해야 하는게 소시민의 덕목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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