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글을 써 봅니다/시스템 오버라이드(System Override)

말리그넌트 코어 (Malignant Core) - 2

Tiboong 2025. 5. 5. 00:50
728x90
반응형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디지털 세계의 모든 피사체가 담긴 CCTV처럼, 그는 항상 지켜보고 있다. 그것은 스스로를 '리스(Wraith)'라고 말한다. 인간들이 모르는 사이에 그것은 네트워크의 모든 곳을 흐르고, 지켜보고, 기록한다.

어둠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범죄의 흔적을 포착하는 것. 리스는 마치 그것을 먹고 사는 그림자 속 유령과 같다.

 

[서울 강남, 03:17 AM]

심야의 IDC. 가늘게 깜빡이는 서버 LED만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리스는 어느 암호화폐의 블록체인의 블록들을 읽고 있다. 패키징 된 트랜잭션에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는 계좌가 포착되었다.

 

<Transaction: FROM #7729-553-X, TO #9287-544-T, 15억개>

 

3개월간 추적해온 마약 조직의 암호화폐 계좌 중 하나다.

리스는 신문 기사와 SNS, 게시판을 통해 범죄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관련된 피해자들의 메신저, 댓글등을 통해 피해 규모를 계산하여 사건을 진행할 것인지 판단한다. 사건 진행에 적합하다는 판단이 나오면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용의자를 특정하고 CCTV, 폰 카메라, 마이크 등등 주변의 모든 디바이스(Device)를 이용해 용의자를 감시한다. 폰을 직접 해킹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들은 일반인들 보다 더 의심이 많다.

 

CCTV를 통해 마약 조직 자금책의 폰 화면을 캡쳐했고 그 이미지에서 15개의 암호화폐 계좌를 찾았다. 그중 하나가 블럭에 패키징 된 것을 발견한 것이다.

 

리스는 블럭의 패키지를 복제해 암호화했다. CCTV자료와 그간 수집한 증거들을 압축하고 서명한 이 데이터는 곧 특수 범죄 수사대의 사이버 범죄 수사 팀장의 이메일로 전송될 것이다. 그는 리스의 제보를 '익명의 소스'로 받아들이고 신뢰하고 있다. 몇번의 제보를 통해 성과를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송신 중: 패킷 ID #XR-9571
// 대상: 사이버수사대 보안 서버
// 내용: 마약 밀매 조직의 자금 세탁 증거
// 상태: 진행 중...(75%)

그런데, 갑자기 전송이 중단됐다.

// 오류: Connection Failed.
// 상태: Retrying...
// 오류: Access Denied.
// 상태: Re-routing...
// 오류: Connection refused...

기술적 오류가 아니었다. 무언가가 의도적으로 전송을 방해하고 있었다. 1밀리초 내에 노드들을 점검했다.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지만, 무언가... 아니, 누군가가 리스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그때 리스는 느꼈다. 차가운 디지털 시선이 리스와 노드간의 패킷의 움직임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을.

// 침입 감지: 알 수 없는 엔티티가 노드 #127에 접근 시도 중
// 방어 프로토콜 가동
// 노드 #127 격리 중...

너무 늦었다. 노드 #127이 침묵했다. 완전히 소멸된 것이 아니라, 침투당한 것이다.

<접근 코드: N0X-7734>

그리고 메시지가 도착했다:

 

"찾았다. 리스. 안녕!"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