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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은 여전히 파업 중 이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는 직장인들과 각자의 이유로 지하철에 탄 사람들이 빽빽히 공간을 메우고 있었습니다. 신도림을 지나 구로역에 잠시 정차한 뒤 열차는 가산디지털단지역을 향해 가기 시작했습니다. 운이 좋았던 덕에 자리에 앉아있던 저는 등뒤를 간지럽히는 햇살에 어린아이처럼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꼭 엄마와 같이 기차를 타고 친척집에 가는 것 처럼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습니다. 햇살에 반짝이는 바깥 풍경을 보기 위해 고개를 기차 방향으로 돌렸을 때 였습니다. 열차는 길게 이어져있는 철교를 지나는 것 처럼 지면에서 많이 떨어져있는 철길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아침 햇살은 철길 반대편의 건물들의 윤곽선을 따라 흘렀고 열차의 머리는 제 시선 방향으로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마치 산보를 나온 듯이 천천히 미끄러지고 있었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살짝 제 입꼬리가 위로 올라 간 게 생각이 납니다. 다리가 좀 짧아서 발이 바닥에 닿아있지 않았다면 아마도 제 다리는 엇박을 때리며 앞뒤로 흔들리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직선로를 달리던 열차의 머리가 곡선로를 만나 제 시선 방향으로 휘어지면서 보이는, 마치 엄마가 저를 포대기에 싸서 업고 갈 때 보았던 엄마의 옆 얼굴을 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https://youtu.be/9xmPcyGN8NA?si=VILkYqBVqtJWrGj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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