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글을 써 봅니다

오늘도 '화이팅!'

Tiboong 2024. 12. 20.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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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는 서로간의 심리적 거리라는게 있다고 합니다. 그게 심리적이라고는 하지만 허용 가능한 물리적 거리라고 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넓은 땅을 가진 미국이나 호주, 유럽 사람들은 사람 한 명이 생각하는 점유 면적이 한국 사람보다 넓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로 부딪히는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나 싶습니다. 서로 살짝 팔이 닿기만 해도 '쏘리', '익스큐즈미'를 해야한다고 해외 배낭여행을 가기 전에 가이드에게 당부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한국 사람들은 그 면적이 매우 작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요즘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백수로 지내다 재택 근무로 프로젝트 하나를 끝냈는데 어쩌다 보니 한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서 지하철로 한시간 반 정도 되는 거리를 출퇴근 하고 있습니다. 근무하는 지역이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이라 그런지 출퇴근 때 지하철은 아주 많이 붐빕니다. 타인과의 접촉을 극도로 싫어하는 저로서는 꽤 힘든 시간 입니다. 예전에 불안 장애로 고생할 때에도 가장 힘든 공간이 지하철과 엘리베이터였습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지하철 안에서 매너가 없는 사람들과 부딪힐 때면 울컥울컥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입을 가리지 않고 기침을 한다던지, 사람이 앞에 서있는데도 다리를 꼬고 앉아있다던지 양 팔꿈치를 옆구리에 딱 붙여 자신의 공간을 더 넓게 만들고는 팔꿈치로 제 두툼한 옆구리를 쿡쿡 누르는 등의 행위 말입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그런 일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묵묵히 견뎌낼 뿐 이렇다 저렇다 말도 하지 않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에스컬레이터에 있을 때 입니다. 그닥 빨리 갈 이유도 없고 에스컬레이터의 단은 높은 편이라 걸어올라가는 일이 거의 없는 저는 항상 단의 오른쪽에 딱 붙어서 서서 오르내립니다. 그럴 때 왼쪽 편으로 사람들이 걸어서 오르 내리곤 하는데 제가 자리를 많이 차지해서인지 그들이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모르게 자꾸 사람들과 부딪히곤 합니다. 당연히 걸어서 오르내리게 되면 무게 중심이 좌우로 흔들리기 때문에 아무리 주의한다고 해도 옆에 서있는 사람과 부딪힐 수 있습니다. 그러면 걸어 가는 사람이 더 주의하는 게 맞는 일인 듯 한데 그들은 옆에 서있는 사람은 아랑곳 없이 부딪혀 가며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처음에는 화가 많이 나고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조심조심하다 어쩔 수 없이 부딪히는 것과 아무 생각 없이 와서 부딪히는 건 당해 보면 대충 알 수 있습니다. 그런게 화가나서 어떻게 복수를 해줘야하나 부글부글 끓고 있을 떄였습니다. 어느 순간, 

'얼마나 급하면 저럴까... 급하게 어디 가야할 일이 있을 수도 있고 성격이 원래 급할 수도 있고 그렇겠구나... 얼마나 삶에 치어 열심히 살면 주변인을 의식하지도 않고 저렇게 자기 길만 가게 될까?'

그런 생각에 이르르자 조금 측은(?)한 생각도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오늘도 화이팅이다!'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 제 팔에 부딪히고 가는 사람들의 등에 조용히 마음 속으로 속삭여봤습니다.

'화이팅!', '화이팅!'

그러다 보니 화와 짜증은 이미 가라앉았고 나와 같은 소시민인 그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래, 오늘도 화이팅이다.

 

팍팍한 삶을 두 다리로 열심히 사는 모두들 오늘도 기운차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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