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봉 후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혹평' 일색이었다. 특히나 전작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 패착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안볼까 했는데 추석 연휴에도 극장에 한번 안가면 올해는 극장에도 못 가겠구나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나는 괜찮다... 하지만 두 고딩과 영감을 챙기느라 집 밖 출입을 못해 스트레스가 쌓인 마님은 큰일이다!!!
그저 '극장구경'을 한다는 핑계로 집을 나섰다. 집 근처 브랜드 극장은 변두리라 그런지 표가 많이 남아있었다. 큰 기대 없이 자리에 앉았고 영화가 시작됐다.
장윤주의 눈 웃음에는 묘한 마력이 있다.ㅋㅋㅋㅋㅋㅋㅋ 두 눈이 갈매기 모양이 되면서 코 구멍이 넓어지면서 던지는 대사에 피식 웃음이 터졌다. 사설 도박장의 보스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하는 자리에 있다는 설정도 신박했지만 그 위에 올라가 있는 사람이 '현봉식' 배우라는 데에 내 눈이 커지고 미소가 지어졌다. 개인적으로 현봉식 배우를 좋아한다. 나이에 비해 겉 늙은(?), 사람 좋은 동네 가게 주인 같은 모습도 있고, 경찰도 잘 어울리고, 범죄자도 잘 어울린다. 범죄도시에서의 심각한 빌런 연기가 참 좋았는데 코믹한 악당 역할도 너무 인간적인 매력이 뿜어져나온다.
참 잘한다! 현봉식 배우 쵝오!
베테랑2는 전작에 비해 많은 요소를 집어 넣은 것 같다. 일반적으로 범죄라고 정의하는 거의 모든 요소가 들어있다고 생각하면 될까? 새로 팀에 합류한 '정해인'배우의 눈빛은 때론 정감있고 때론 서늘하다. 역시나 살이 쪽 빠진 황정민의 조금은 투박한 캐릭터와 오달수, 권해효의 감초같은 연기, 전작에서 처럼 서도철보다 더 정의로운 이주연(진경 분). 특히 진경 배우는 이제는 사춘기를 겪는 아들에 대한 모성애와 곤경에 처한 상담자의 자녀를 돌보는 모성애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특히 잠결에 일어나 남편을 챙기려고 횡설수설하는 모습은 진짜 오래된 부부 같은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재밌게 봤다.
보는 내내 아내와 나는 깔깔 거리며 웃었고,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에는 '왜 재미없다는 거야?'라며 의아해했다.
우리는 그저 일반적인 영화 소비자다. 깊게 생각해야하는 영화가 있고 그저 즐기면서 볼 영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을 만들면서 많은 것을 담았겠지만 관객이 재밌게 봐주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짝패'에서 액션에 힘을 줬던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 2에서도 멋진 액션씬을 만들어냈다. 특히 비오는 옥상에서의 수중전은 마치 게임 영상을 보는 것 처럼 다이나믹했다. 화면의 좌,우,대각선에서 미끄러져 들어오는 배우들의 액션과 카메라 무빙에 눈을 크게 뜨고 봐야만 했다.
오락영화는 오락영화다.
그래서 액션이 기가막히다!
얼마나 많은 기대들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온라인에서 읽었던 누군가의 '혹평'은 좀 너무한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즐거운 추석 연휴에 아내와 오붓하게 재밌는 오락영화를 봤다.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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