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에서 우리집으로 오는 길에는 차가 한대 지나갈 만한 좁은 길이 하나 있다. 거리는 한...5~6미터 정도되는 구간인데 차 두대가 지나갈만한 넓이의 길 중간에 딱 그 구간이 있다. 그래서 자주 다니는 차들은 반대편에 차가 오면 우선 멈춘다.
오늘 낮에도 학원에 가는 막내를 지하철에 내려주고 그쪽 길로 향했다. 마침 그 입구 쯤 왔을 때 반대편에 차가 있길래 멈췄는데 반대편 차도 내가 먼저 지나가라고 멈춰섰다. 그쪽이 먼저 입구에 도착했던 것 같아서 나는 그저 그 차가 움직이길 기다렸다. 맞은 편 차는 내 마음을 읽었는지 좁은 길로 진입했고 이내 비상등을 켜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아니 뭐 다 그렇게 하는 건데 고마울 것 까지야...' 하면서도 왠지 마음이 흐믓한 건 감출 수가 없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좁은 길에서 마주한 두 대의 차량. 그저 한명이 양보했을 뿐인데 둘 다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행동한 배려와 친절은 아마도 계속 이어지고, 전염되고 하지 않을까? 물론 어느 지점에선가 멈춰질 수 밖에 없겠지만 옮겨지고 이어지고 하는 동안의 그 짧은 순간 동안은 가슴이 따뜻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뚝뚝한 마을버스 기사님께 건네는 인사 한마디가 그날 그 기사님의 하루에 작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을 버스 이야기가 나와서 지난 번 출근 때 이야기 하나를 더 해야겠다.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버스 정류장엔 정류장 표지가 없다. 그저 그 길가에 있는 빌라의 이름이 그 정류장의 이름일 뿐이다. 그 빌라에서 마을 버스가 오는 쪽으로는 작은 카페가 하나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빌라 앞에서 승하차를 한다. 그날은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날이었다. 나와 어느 아저씨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는 언덕을 넘어 정류장쪽으로 내려오고 있었는데 그 버스를 따라 한 여자분도 같이 뛰어오고 있었다. 정류장에서 거리는 한...15미터 쯤? 그냥 봐도 버스가 여자분 보다는 빨리 도착할 것 같았다.
'아이고... 힘들겠네...' 하고 생각하는 순간, 버스가 카페 앞에 정차했다.
'어라?'
창문 안에 버스기사는 백미러를 보고 싱글벙글 웃고 있었고 나는 그 기사님 얼굴을 보고 피식 웃었다.
'낭만있네...'
여자분은 카페앞에서 가장 먼저 버스에 오를 수 있었고, 정류장에서 기다리던 나와 어느 아저씨는 5미터 정도를 걸어서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 오르면서 기사님께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그러자 기사님도 화답했다. '안녕하세요오~'
그냥 출근하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동네에, 마을 버스 밖에 안다니는 동네에 사는 재미가 이런데 있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모르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다. 아마도 내가 겪고 있는 불안과 관계가 없지 않을 것이다. 아침저녁 출퇴근을 하면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주말에 공원에 산책하면서 만나는 사람들, 주일에 성당에서 만나는 사람들로 인해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이 있지만 오늘처럼, 또 그날의 마을버스에서 처럼 모르는 사람들과의 일상에서도 웃으며 지내는 일상이 점점 많아지다 보면 나를 중심으로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점점 나아지지 않을까? 사람들과 섞여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그냥 글을 써 봅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좋아하는 것, 남이 평가하는 것 (2) | 2025.04.08 |
---|---|
오늘도 '화이팅!' (0) | 2024.12.20 |
구로역에서 가산디지털단지역으로 가는 철로는 (1) | 2024.12.15 |
누구의 잘못인가... (1) | 2024.11.21 |
응원합니다. (5) | 2024.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