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은 여전히 파업 중 이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는 직장인들과 각자의 이유로 지하철에 탄 사람들이 빽빽히 공간을 메우고 있었습니다. 신도림을 지나 구로역에 잠시 정차한 뒤 열차는 가산디지털단지역을 향해 가기 시작했습니다. 운이 좋았던 덕에 자리에 앉아있던 저는 등뒤를 간지럽히는 햇살에 어린아이처럼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꼭 엄마와 같이 기차를 타고 친척집에 가는 것 처럼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습니다. 햇살에 반짝이는 바깥 풍경을 보기 위해 고개를 기차 방향으로 돌렸을 때 였습니다. 열차는 길게 이어져있는 철교를 지나는 것 처럼 지면에서 많이 떨어져있는 철길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아침 햇살은 철길 반대편의 건물들의 윤곽선을 따라 흘렀고 열차의 머리는 제 시선 방향으로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마치 산보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