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집을 알려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된다...
우리 동네에 이 집이 개업을 했을 때 아내와 나는 그랬다... '동네에 안어울리는 트렌디한 집이 생겼네?'
넓고 커다란 '다찌'(?)에 100% 오픈 되어있는 주방, 몇개 안되는 테이블(한...4개? 그 중 하나는 2인석) 여백의 미를 강조하는 듯한 넓은 인테리어 공간... 어떻게든 테이블을 채워 매상을 올리려는 근처 식당과는 완전히 다른 컨셉의 집이었다. 게다가 요리는 나오는데 밥집은 아니다. 말 그대로 '요리 주점'.
술 메뉴도 충격적이었다. '카스' 없다. '참이슬'도 없다. 우리가 일반 식당과 술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주종은 한개도 없었다. 이번에 갔을 때 처음으로 '하이네켄 생맥주', '스텔라 아르투아 병맥주'가 들어와 있었고, 저렴한 소주 2종(?) 정도가 들어와 있을 뿐이었다.
'우리 동네에 이상한 집이 있다'
가게 오픈 하고 몇 번 갔다. 아파트 단지 정문을 나와 1분도 안되는 거리에 있어서 좋았고, 아내와 데이트하는 기분이 나서 좋았다. 한 번은 아이들까지 데리고 가서 재밌는 시간을 가진 적도 있었다. 굳이 술을 많이 안마셔도 되고 특히나 바로 눈 앞에서 슥슥~ 만들어져 나오는 안주가 너무 좋았다. 만취한 손님을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다들 적당히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 돌아간다. 그래서 그런지 사장님께 딱히 스트레스는 보이지 않았다. 아내 피셜로는 사장님이 인스타도 잘 하시고 글도 잘 쓰신단다.
새로운 메뉴가 나왔다면서 오후부터 아내가 들떴다. 요즘 건강도 안좋아졌고 덕분에 집에서 쉬는 날이 많아 한 두달 정도 데이트를 못 했다. 게다가 장마에, 요즘은 무더위까지 겹쳐서 밖에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마침 금요일 오후고 하던 일도 조금 페이스 조절이 가능한 것 같아 저녁엔 '거기' 가자고 했다.
분리불안이 생겨 '왕왕!' 짖어대는 꼬동이를 뒤로 하고 아내와 설렁설렁 걸어 우리를 '환대'해줄 가게로 들어섰다. 벌써 '다찌'에 몇자리 빼고 만석이다. 2인석이 비었지만 예약 되어있단다. '다찌'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훤칠한 청년이 이 더운 날에 양복을 입고 꽃다발을 들고 들어온다.
'우아~~~ 좋을 때다'
아내는 집 앞이긴 해도 오랜만의 외출이라고 최신 아이템을 장착했지만 나는 그저 헐렁한 바지에 크록스를 신고 나왔기에 뭔가 데이트라던지 중요한 이벤트라던지를 하러 예약까지 하고 온 청년을 보고는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참 메뉴를 보고 고민하다가...
'아롱사태 스지 전골 하나랑 동해 하나 주세요~'
참기름 드레싱이 얹어진 분쇄된 양배추가 기본 안주로, '동해'와 함께 나왔다.

17.5도로 요즘 소주들 보다 찔끔 높은 도수이지만 향이 좋고 부드럽고 숙취가 별로 없다. 아마도 적게 먹어서 그렇겠지만 반주로 즐기다 보면 사~알짝 취기가 도는게 기분이 좋은 술이다.
'다찌'는 일본말이니 '목로'가 좋겠다.

목로 너머로는 사장님이 '아롱사태 스지 전골'을 전골 냄비에 담고 있다. 주변 테이블에도 전골 냄비가 하나씩 있는 것으로 보아 인기 메뉴인 듯하다. 한두잔 마시다 보니 전골이 나왔다.

오오... 사장님... 데코레이션에 신경을 쓰시는 듯 하다. 육수가 안보여서 고기를 살짝 들춰보니 육수가 들어있다. 보글보글 끓을 때 까지 또 한두잔이 걸렸다.
드디어 끓는다. 사진을 못 찍어놨는데 전골은 들깨 소스에 곁들여 먹는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김치나 기타 반찬이 나오지 않는 다는 것이다. 조금 느끼할 수 있다.
사장님의 큰 그림인가?
메뉴판에서 느끼함을 잡아 줄 만한 메뉴를 하나 더 시켰다. '어리굴젓과 감태주먹밥'.

두부에 어리굴젓을 올려 즐기다 '어 쫌 짭짤하다~?' 싶을 때 감태 주먹밥을 입에 쏙~! 넣는다. 음... 감태는 보통 입안에 달라 붙어서 먹기 불편하곤 하는데 이 감태 주먹밥은 입에 달라붙지도 않고 비리지도 않고, 크기가 한 입에 쏙 들어가는 정도라 즐기기에 아주 적당하다. 주먹밥의 담백함이 전골이 남긴 약간의 느끼함과 어리굴젓의 짭쪼롬함을 싹~ 지워주면서 이때!!! 넘어가는 '동해'한잔이 깔끔한 마무리를 해준다.
아이들 이야기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다 보니 어느새 식사가 끝났다. 다른 메뉴들은 다음에 또 즐겨보기로 약속하고 가게를 나섰다. 사장님이 일부러 계산대 앞에까지 와서 인사를 건내신다.
'좋은 저녁이었다...'
'환대' 받으며 자리한 식사에 좋은 '대접'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덥지도 않고 발걸음도 가볍다. 또 방문하고 싶은 집이다.
여기 특징은 안주와 함께 페어링 할 수 있는 술 종류가 많다는 것이다. 각 지방에서 생산하는 특징있는 전통주와 와인, 스파클링 와인에 트렌드에 맞춰 하이볼과 잔술까지 준비되어있다. 가격이 좀 높은 것들이 있긴 하지만 종류별로 안주와 함께 즐겨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될 것 이다. 추천 메뉴는 따로 없다. 다 맛있다. 디저트까지...
가게 정보는 글 속에 있다. 자랑하고 싶은 집이면서 나만 알고 싶은 집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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