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합니다.
'응원합니다!'
글로 쓰면 많이 어색한 단어입니다. 입 밖으로 낼 때도 조금 어색할 때도 있습니다. '힘 내!', '화이팅!' 보다 '응원'이라는 말은 발음도 낯설게 느껴집니다. '응원'은 한자어 입니다.
應 (응할 응)
援 (도울 원)
사전에서 찾아본 '응원'의 의미는
'운동경기 따위에서 선수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 이라고 되어있습니다.
사람들은 축구 경기장, 야구 경기장에서 노래를 부르고 입을 모아 구호를 외치고 열심히 손 짓을 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팀을 위해, 또는 상대 팀의 사기를 꺾기 위해 손뼉을 치고 소리를 지릅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나면 스트레스도 풀린다고들 합니다. 여러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있겠지만 저는 제가 뭔가를 할 때, 옆에서 소리지르고 잘하라고 하고 그렇게 '응원' 하면 부담이 되서 더 실수를 하는 편 입니다. 옆에 아무도 없는게 더 집중하기 좋은 타입입니다. 아마도 그렇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렇게 누군가 열심히 응원할 때 나의 실수로 많은 사람을 실망시킨 기억이 나도 모르게 내 기억에 남아있어서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그래서 응원 받는 것도, 응원 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유형의 응원은 어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는 친구에게 아무일 없을 거라는 듯 평소와 똑같이 대해주는 것, 정도 입니다. 오래전에 '김창옥' 강사가 했던 말이 있습니다. 어느 친정 엄마가 '너는 결혼을 하기 전에도 내 딸이고, 지금도 내 딸이고, 이혼을 해도 넌 내 딸이야'.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 말 한 마디가, 박수 치고 휘파람을 불고 '힘내!'라며 주먹을 불끈 쥐어주는 것 보다 더 큰 응원이 될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머리 속에 저장해 뒀습니다. 언젠가 제 딸들이 결혼을 할 때, 꼭 해주고 싶은 말이기 떄문입니다.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를 할 때면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많은 국민의 성원 속에', '국민여러분의 응원에 보답하고자'... 매일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는 것도 힘든 일일 텐데 오천만 인구의 응원을 등에 업고 있다는 생각만으로 얼마나 부담이 될까요? 여기서 지면, 여기서 실패해서 많은 사람의 비난을 받게 된다면 얼마나 마음이 슬플까요? 저라면 그 부담감을 떨쳐내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기들이 응원했는데 어떻게 그런 실수를 할 수 있냐며 비난하는 사람들이 싫어지겠죠. '지들이 뭔데~!'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항상 스포츠 선수들을 볼 때 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하고 왠지 모르게 미안하고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프로야구 선수들이 나오는 토크쇼를 유투브로 볼 때 였던 것 같습니다. 어느 전설급 야구선수가 후배에게 그랬답니다.
'타석에 들어서려고 하면 긴장되고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그러는데, 저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는 소리를 들으면 왜 마음이 가라앉고 집중할 수 있는지 아나? 나 때문에 이 기회를 놓치게 되고, 이 경기를 지게 되더라도 저기 응원하는 사람들이 나를 버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정확히 모든 단어와 문장이 일치하지는 않지만 제 기억에 저런 내용이었습니다. 정말 '응원'해주는 '찐팬'의 마음은 어쩌면 사랑하는 딸을 가슴 졸이며 바라보는 친정엄마의 마음과 같지 않을까요?
인디언 말로 '친구'라는 말은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라는 뜻이 있답니다.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항상 든든한 사람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는 없지만 소중한 사람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지난 추석 전에는 친구를 만나 저녁을 같이 먹었습니다. 이제 명절에 찾아 뵐 어머니, 아버지가 없는 고아 둘이서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하면서 즐겁게 잔을 기울였습니다.